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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2013

by 비해피:행복하자 2024.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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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월터의 특징

영화 초반부의 월터는 매우 무미건조하고 우울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은 것이죠. 그렇다보니 사소한 것에서도 쉽게 스스로를 포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월터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이나면, 바로 상상을 한다는 것입니다. 월터는 현실이 원하는 데로 풀리지 않을 때, 혹은 이랬으면 좋겠다 싶을 때 현실 세계에 있다가 갑자기 자신의 상상 속에 푹 빠져버립니다. 너무 상상 속에 빠져서 가족들도 zone out(멍때리다)된다고 표현할 정도이죠. 아직까지의 월터는 정말 용기도 없고, 자신감도 없는 그런 인물이었습니다. 

 

2. 월터의 상상의 변화

월터의 상상은 초반에서부터 후반부까지 변화가 생깁니다. 영화 초반에서 월터는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는 셰릴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고, 인터넷 데이트 웹사이트에서 좋아요를 남기려고 하는데요, 월터 자신의 프로필에 이렇다하게 남길 내용이 없어 프로필을 다 공란으로 남긴 바람에 좋아요를 누르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인터넷 데이트 웹사이트에 전화해서 문의를 하는데 웹사이트 담당자가 "정말 프로필에 적어둘 만한 게 하나도 없냐"하면서 물어보자 갑자기 순식간에 월터는 상상에 빠져버립니다. 바로 셰릴이 프로필에 남겨두었던 상황에 간 것입니다. 

셰릴은 프로필에 3개의 다리를 가진 강아지를 기르고 있다고 했습니다. 월터는 그것을 읽고 자신의 상상을 보태어서 셰릴이 살고 있는 곳에 폭발이 일어나는데 자신이 마치 수퍼 히어로처럼 순식간에 강아지를 구출하고 나오는 것을 상상합니다. 셰릴한테도 수퍼 히어로처럼 인사를 남깁니다. 정말 망상 중의 망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현실 도피성, 그리고 완전 괴리가 멀다 못해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는 것에서부터 점차적으로 변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아래에 나옵니다.

 

3. 현실속에서 작아질대로 작아진 월터, 25번째 필름을 찾아 떠나다

월터는 라이프 잡지사라는 곳에서 인화를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라이프 잡지사가 온라인 매거진으로 바뀐다는 일방적인 통보가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실물 발간은 라이프 잡지사에 사진을 주던 션이라는 사진 작가의 사진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그것도 25번째 필름으로요. 션이라는 작가가 삶의 정수가 담긴 필름이라며 전보까지 보내왔습니다. 

 

그런데 마침 25번째 필름만 빠져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월터는 션에게 연락을 해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요즘 같으면 정말 말도 안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션은 지독히 아날로그적인 사람이었습니다. 핸드폰도 없으며, 사진 작가라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월터는 거의 포기하려고 하다가, 그래도 그가 있을만한 곳이 아이슬란드라는 것까지 찾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또 그를 만나러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또 포기를 해야 하나 하던 중, 셰릴에게 용기를 얻고 떠나게 됩니다. 셰릴이 없었다면 아마 또 포기했을 수도 있죠. 

 

 

4. 월터의 상상이 변하는 순간들

이렇게 셰릴에게 용기를 얻고 아이슬란드로 떠나게 되는 월터는 그곳에서도 또 한 번 주저앉을 뻔합니다. 션을 만나려면 주정뱅이가 모는 헬리콥터를 타야 하는데 안간다고 한 것이죠. 그래서 주정뱅이가 나가서 헬리콥터에 앉기까지, 또 상상을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상이 조금 다릅니다. 영화 초반의 상상은 완전 말도 안되는 현실 도피성이었다면, 지금은 마치 자기가 자기 자신한테 주는 것처럼, 상상을 하게 됩니다. 바로 셰릴이 노래를 통해 자신에게 어서 떠나라고 용기를 주는 모습을 상상한 것이죠. 월터는 어쩌면 정말 외로웠을 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가치를 알아봐주는 사람이 없어 하루 하루 현실 도피를 하고 살아갈 때 자신을 알아봐주는 사람을 만났던 것이죠. 그래서 중요한 순간에 그녀가 자신에게 용기를 줄거라는 생각을 한 것입니다. 이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상상이기도 하지만 삶을 나아갈 때 자기가 자신한테 주는 용기와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월터는 화산 폭발, 상어, 바다 한 가운데의 수영, 등 갖가지 모험을 겪게 됩니다. 사실 이 부분도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상상인지는 모르겠을 정도로 모든 일이 월터에게 순조롭게 풀리게 됩니다. 아마 그동안 월터는 이러한 모험을 하고 싶었을 지도 모르죠. 그래서 난생처음 하게 된 모험에 영화에서나 볼 법한 갖가지 모험을 엮은 것 같습니다. 이러면서 점차 상상은 줄어들고 마침내 히말라야 산까지 등반하고 나서야 션을 만나게 되죠. 이제는 더 이상 현실에서 zone out 되는 일은 없으며 현실을 살아가게 되죠.

 

 

5. 25번째 필름과 지갑

마침내 만난 션에게 25번째 필름이 무엇이냐고, 어디에 있느냐고 묻자 바로 영화 초반에 나왔던 지갑에 넣어두었다고 합니다. 월터가 보지 못하게 숨겨둔 것인데, 월터는 더 찾을 생각을 안했던 것이죠. 바로 자기 손안에 기회가 있었던 것인데 그것을 못 알아본 것입니다. 영화 초반의 월터는 무기력하고, 현실을 도피하고, 또 용기를 선뜻내지 못하거나 지레 포기하는 사람이었죠. 그러다 보니 긍정적으로 여기 저기 찾아본다기 보다는 문제를 어렵게 생각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또 난관이 있었죠. 월터가 모험 도중에 잠시 집에 들렀는데, 그 때 또 지갑에서 필요한 것만 빼고 지갑을 버린 것입니다. 집에 션이 왔다간 것인데도요. '아니 그럴리가 없어' 이러면서 션이 온 것도 믿지 못하여 계속해서 물어보고 지갑도 그냥 버려버립니다. 지갑 역시 션의 선물이었는데도요. 어머니는 처음부터 월터에게 션이 월터의 작업에 관심이 있다고 했다고 말까지 해줬는데, 그 때에도 상상 속에 빠지느라 못 들었던 것입니다. 이런식으로 월터는 자기 자신을 부정하고 살았던 것이죠. 

 

25번째 필름의 내용을 묻자 션은 대답을 속시원하게 해주지 않습니다. 그 전에 션은 정말 아름다운 장면, 예를 들어 유령 고양이(ghost cat)와 같은 존재를 만났을 때는 사진을 찍기 않고 그저 그 현실을 있는 그대로 느낀다고 했습니다. 그리고서는 월터에게 25번째 필름 역시 그런 존재라고만 말해줍니다. 삶의 정수가 담겼으며, 스스로를 드러내려고 하지 않아 쉽게 볼 수 없는 것이라고요.

 

아무튼 이렇게 해서 다시 귀국하게 된 월터는 영화 초반부의 셰릴이 프로필에 이상형으로 말한 것처럼 결국 많은 곳을 갔다온, 활동적인 사람이 되었고 둘은 재회하게 됩니다. 그리고 드디어 25번째 필름의 정체를 알게 되는데요. 그것은 바로 라이프 잡지 사 앞에서 필름을 자세히 살펴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었습니다. 이 사진이 마지막 라이프 매거진 커버에 실린 것을 확인하고, 셰릴과 함께 걸어가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6. 느낀점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자기 자신을 부정하고 자신감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가치를 알아보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것도요. 사실 월터는 자신감이 없이 살아가고 있었지만 생각해보면 알아주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네요. 셰릴, 션, 가족들, 그리고 주변 동료들까지요. 그리고 자신의 마음이 원하는 데로 살다보면 어떻게 삶이 변화하는지도 보여줍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완전히 모든것이 디지털화가 되기 이전에, 그래도 조금이라도 아날로그 방식이 허용이 될 때를 보여준 것 같아 좋았습니다. 예를 들어 사진 작가 션은 정말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합니다. 핸드폰도 없고, 연락도 안되고, 전보도 메일이나 팩스가 아닌 사람을 통해 보내고, 사진도 필름 카메라로만 찍고요. 

 

요즘에는 사진을 디지털 카메라로 찍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 되었을 만큼 당연한 일이죠. 하지만 저도 정말 한 때는 사진은 무조건 필름 카메라로 찍어야 한다는 고집이 있었던 시절이 생각나더라고요. 제가 대단한 사진 작가도 아니었고 그저 학교 동아리로 사진부를 했을 뿐인데 말이죠. 왜 더 그랬냐면 그 때 당시 막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기 시작한 때였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직접 현상과 인화를 하던 저는 사진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필름과 디지털은 비교도 할 수 없다고요. 그래서인지 사진작가 숀의 행동이 이해가 갔습니다. 또한 저도 10대 중후반까지만 종이 잡지책에 익숙했었는데 모든것이 온라인화된다고 해서 정말 슬펐죠. 하지만 언제까지 시대를 거스를 수 없는 노릇입니다. 

 

디지털 화가 된 것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하루 종일 전자 기기에 둘러쌓인데다 인간적인 소통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생활은 정말 편리해졌지만 그만큼 단점도 큰 것 같네요. 아무튼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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