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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라스트 나잇 인 소호(2021) 판타지 호러 이야기

by 비해피:행복하자 2022.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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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작년에 개봉했던 공포 영화, '라스트 나잇 인 소호(Last Night in Soho, 2021)'를 보았습니다.

퀸스 갬빗에 주인공으로 출연한 안야 테일러 조이가 나와서 관심있게 보던 영화였는데 아쉽게도 영화관 관람을 놓쳤거든요.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다운로드 받아서 관람했습니다.(물론 유료로요)

 

영화 라스트 나잇 인 소호 공식 포스터

 

영화는 언뜻 보기에 미스테리 장르, 혹은 로맨스 장르처럼 보였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호러 영화였습니다. 조금 더 디테일학 말하자면 판타지 호러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특이했던 점이, 현대와 60년대를 오고가는 방식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판타지와 호러의 조합, 그리고 현 시대와 60년대의 조합, 이 2가지의 조합만으로도 충분히 영화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럼 줄거리를 살펴보겠습니다.

 

1. 주인공 엘리의 특별한 능력(어머니와의 관계)과 60년대에 빠진 소녀

주인공 엘리는 할머니와 함께 시골에 살고 있는 소녀로, 패션 디자인에 적성이 있는 인물입니다. 집에서 의상 디자인도 하고 손수 만들어 입는 등 패션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보이고 있죠.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바로 죽은 엄마의 영혼을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죽은 사람의 영혼을 보는 능력은 사실 엄마로부터 물려받은 능력이었는데요. 할머니 역시 그 이력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런던에 있는 패션 대학교에 진학하고자 하는 엘리에게 걱정스러운 듯이 엄마 이야기를 꺼내죠. 엘리의 엄마 역시 과거에 큰 꿈을 품고 런던으로 상경했다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거의 미쳐버린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이렇게 예민하고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던 자신의 딸을 그대로 닮은 엘리 역시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여 걱정하고 또 걱정하게 된 것이죠. 하지만 꿈에 부풀어 있던 엘리는 할머니와는 달리 크게 걱정하지 않았고, 드디어 꿈에 그리던 런던 대학교에 진학하게 됩니다.

 

또한 엘리는 특이하게도 자신의 또래 답지 않게 60년대의 음악과 문화를 동경합니다. 늘 60년대의 팝송을 듣고, 마치 자신이 직접 60년대에 살았던 사람처럼 향수에 젖어있죠. 이러한 엘리의 특징은 훗날 어떤 특별한 사건과 이어지게 됩니다.

 

2. 런던이라는 대도시에 갓 상경한 이방인의 모습과 심경

라스트 나잇 인 소호의 메인 이야기는 뒤에서도 말씀드리겠지만 60년대의 가수 지망생 샌디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저는 비단 메인 이야기 외에도 영화 곳곳에 공포적인 요소를 잘 숨겨놨다고 생각했습니다. 

 

첫 번째로 엘리가 갓 상경하여 대학교 기숙사로 들어갔을 때입니다. 기숙사는 1인이 아니고 2인 기숙사였기 때문에 룸메이트와 함께 생활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 이 때 만난 룸메이트는 엘리에게 친절한 듯 하면서도 교묘하게 순진한 엘리를 놀리거나 다른 친구들 앞에서 무시를 하는 등의 이중적인 면을 보입니다.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었던 것이죠. 그런데 이렇게 인간 관계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일들을 마치 공포스러운 상황인 것 마냥 연출을 했다는 것입니다. 보는 사람 역시 룸메이트가 어떤 행동을 할 때마다 매우 날카로운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죠. 이러한 연출은 어떤 것을 새로 시작한 사람의 두려움, 혹은 더 좁게 들어간다면 대도시와 같은 위험한 곳에서 첫 발을 내디딜 때의 두려움, 긴장감 등을 표현한 것이라고 느껴졌습니다. 혹은 엘리라는 인물이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엄마를 닮아 매우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룸메이트의 행동 하나 하나를 더욱 예민하게 받아들인 것을 표현할 것일 수도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저 역시 처음으로 영국 교환학생으로 생활을 시작할 때 느꼈던 막연한 두려움이 생각났습니다. 제가 저런 룸메이트를 만났다는 것은 아니고요, 그 당시 영국에서는 특히나 동양인하면 일본인과 중국인 밖에 모르던 때였기 때문에 더욱 걱정이 많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3. 룸메이트를 피하기 위해 얻게 된 오래된 하숙집, 마치 60년대를 연상케 하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엘리는 자신에게 자꾸만 날카롭게 대하는 룸메이트를 피하기 위해 하숙집을 구하게 됩니다. 아무런 돈도 없던 엘리였지만 우선 하숙집을 구하고서 아르바이트를 할 작정이었죠. 그렇게 구하게 된 곳은 집주인이 한 명 있었고 현대와는 맞지 않게, 60년대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곳이었습니다. 안 그래도 60년대에 푹 빠져있던 엘리는 이곳의 모든 곳이 마음에 들었고, 당장 계약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집주인이 조금 특이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집주인은 할머니이고 '이곳에서는 밤 8시 이후에 남자 출입은 금지이다'라는 말을 하는데요, 요즘 같은 시대에, 그것도 영국에서 이렇게 보수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면서 이해가 조금 안 갔습니다. 특히나 왜 8시 이후에 남자는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건지에 대한 이유도 명확하게 주고 있지 않아 어딘가 석연치 않다고 생각했죠.

 

4. 60년대 분위기가 나는 하숙집에서, 미스테리한 경험을 하는 엘리

엘리는 새로 구한 하숙집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서 당장 입주하였고, 행복한 마음으로 잠에 들게 됩니다. 그런데 이게 왠걸? 잠에 빠져 꿈을 꾸게 된 엘리는, 꿈 속에서 매우 매력적인 여성을 보게 되고, 보는 것도 모자라 자신이 그 여성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꿈인데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너무도 생생하고 현실적이었죠. 그 매력적인 여성이 들렸던 술집이라던지, 만난 사람들이라던지, 대화라던지 모든 것이 현실적이었습니다. 

 

엘리의 꿈속에 나온 가수 지망생 샌디

 

그 매력적이 여성의 이름은 바로 '샌디'. 샌디는 가수 지망생으로 자신감이 넘치는 매력적인 여자였죠. 그런 샌디는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당시에 유명하던 바를 찾아가 '잭'이라는 남자에게 다가갑니다. 자신은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추고 미모도 뛰어나니 가수로 키워달라는 것이었죠. 그렇게 잭은 샌디에게 한 눈에 반하고 찬란한 미래를 약속하게 됩니다.

 

5. 꿈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 그리고 엘리의 정체성

엘리는 이렇게 매일 밤 샌디가 되는 꿈을 꾸면서 샌디처럼 노래하고 춤추고,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점점 샌디에게 감정 이입을 깊게 하게 된 엘리는 깨어나서도 엘리처럼 행동하고 자신을 가꾸게 됩니다. 갑자기 백금발로 염색을 하고, 머리 스타일도 샌디처럼 부풀린 머리를 하고, 또 샌디의 트레이드 마크와 같은 하얀색 비닐 코트까지 구입하여 입고 다닙니다. 사람들은 늘 어딘가 자신감이 부족해보이고 소심해보였던 엘리가 갑자기 변화한 모습을 보고 칭찬도 해주고 좋아합니다. 하지만 엘리는 샌디를 따라할 뿐이었죠. 그렇게 엘리는 샌디의 인생에 빠져들게 됩니다.

 

60년대의 샌디(위)와 그것을 따라한 엘리(아래)

 

6. 점점 기울어져 가는 샌디의 미래, 그리고 그것을 바로 잡으려 발버둥치는 엘리

하지만 그러한 행복도 잠시, 엘리의 꿈에 나타난 샌디는 점점 나락의 길로 가게 됩니다. 바로 연예인을 만들어주겠다고 호언장담한 잭이 사실은 그러한 연예인 지망생 여자들을 꼬셔서 매춘을 시켰던 것이죠. 샌디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너무도 찬란하고 눈부셨던 샌디는 그렇게 미래를 보장해주겠다는 거짓에 흔들려 강제로 매춘을 하게 됩니다. 

 

이 때에도 연출이 기가막혔습니다. 샌디를 매춘의 세계로 이끌기 전, 저급한 쇼에만 출연시키고 춤을 시켰던 잭이 매춘을 권하게 되는데요, 이 때 샌디는 거절을 하고 도망을 가게 되는데, 도망간 분장실에서 알고 보니 다른 여자 출연자들이 모두 매춘을 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각각의 방에서 소위 권력이 있다는 자들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이 때 갑자기 다가오는 공포감을 정말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갑자기 무언가를 깨달았는데, 그것이 공포스러운 것인 것이죠. 하여튼 엘리는 이렇게 샌디가 되어 그 장면을 직접 목격하면서 도망치다가 잠에서 깹니다.

 

그 뒤 엘리의 꿈속 샌디는 매춘을 지속적으로 하며 점점 타락하게 되는데, 이러한 샌디를 구해주고 싶어하는 한 형사가 나타납니다. 하지만 이미 자포자기 상태가 된 샌디는 그 도움의 손길마저 거부하게 됩니다. 이 때 엘리는 애가 타서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왜 샌디가 그 도움을 거절했는지 너무도 안타까워 거울 속에서 소리를 지르죠.(꿈속에서 엘리는 샌디가 되었다가, 아니면 거울속에 나타나 샌디에게 말을 걸거나 하는 식으로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점점 타락해가던 샌디는 도저히 지옥같은 생활을 못 참고 잭과 다투는데, 그만 잭이 샌디를 칼로 찔러 죽이게 됩니다. 그 모습을 보며 엘리는 절규하며 깨어나는데요. 더욱 지옥같은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바로 샌디를 매춘했던 남자들의 영혼에게 쫓기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환상을 보는 것인지, 아니면 실제하는 영혼인지는 아직 알 길이 없지만, 엘리에게만큼은 생생한 현실이었습니다.

 

7. 그래서 결말은..?

엘리는 그 꿈을 꾼 이후에 샌디가 실제하는 인물이었음을 증명하기 위해 스스로 조사에 나섭니다. 도서관에서 실종된 사람에 대한 기사를 찾기도 하고, 샌디가 찾아갔던 바를 발견하기도 하죠. 이렇게 물증은 없는데 심증만 있는 상태에서 엘리는 런던에 갓 상경했을 때부터 자꾸만 길에서 마주쳤던 한 노인을 자신이 일하는 곳에서 만나게 됩니다. 그 노인은 엘리가 말하는 샌디의 존재를 알고 있었기에, 엘리는 이 노인을 잭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습니다. 오히려 그 노인은 그 옛날 샌디를 도와주고자 했던 형사였는데요, 샌디와 다투던 와중에 그만 차사고로 목숨을 잃고 맙니다. 

 

그 사건 이후로도 계속해서 남자 유령들에게 쫓김을 당하게 된 엘리는 거의 반은 미친 상태가 되어 샌디와 샌디를 죽인 잭을 찾으러 다닙니다. 하지만 미친 사람 취급만 받을 뿐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하게 되죠. 마침내는 하숙집에 들어가 할머니에게 이러한 고민을 털어놓는데요. 글쎄 그 할머니는 바로...

 

샌디였습니다. 엘리는 꿈속에서 샌디가 살해당하는 장면을 보았는데, 사실 죽은 것은 샌디가 아니라 잭이었던 것이죠. 그리고 엘리를 쫓아다니던 남자들은 알고보니 샌디가 매춘 후에 죽인 남자들이었습니다. 샌디는 정말 매춘을 참지 못했던 것이죠. 살인과 폭력은 그 무엇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지만.. 이 경우에 샌디는 정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 같습니다. 

 

하숙집 주인 할머니

 

샌디는 자신 외에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없었는데 엘리가 그 사실을 알게 되자 엘리마저 죽이려고 합니다. 하지만 엘리를 죽이려고 쫓아 올라간 엘리의 방, 즉 과거의 자신의 방에서 그 남자의 영혼들을 마주하게 되죠. 그 영혼들은 엘리를 쫓아다닐 때는 얼굴이 분명히 보이지 않다가, 샌디가 들어선 순간 형체가 분명해졌고, 그렇게 샌디는 끔찍했던 자신의 과거를 마주한 뒤에 자살하게 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불타고 있는 집에서 나오지 않게 되죠.

 

이렇게 모든 사건을 해결한 엘리는 더 이상 샌디처럼 자신을 가꾸거나 행동하지 않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능력을 발휘해서 성공적으로 졸업까지 하게 됩니다. 샌디와의 사건 이후로 한동안 보지 못했던 엄마의 영혼을 보게 되는데, 엄마의 영혼은 졸업 패션쇼를 성공적으로 끝낸 딸 엘리를 축하해줍니다.

 

<리뷰>

1. 엘리의 자신감과 정체성에 대한 문제, 성장 드라마

이 영화는 공포 영화이기도 하지만 한편의 성장 드라마로도 다가왔습니다. 엘리가 처음 런던에 상경해서 보였던 모습과 마지막에 축하를 받는 모습에서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었죠. 처음에는 모든 것이 불안하고 자기의 정체성도 완전하지 않았지만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내면이 단단해지고 진정한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서게 된 엘리를 볼 수 있었습니다. 진정으로 자신이 두려워했던 것들, 즉 엄마의 영혼을 본다던지, 샌디의 영혼을 본다던지 하는 것들을 진정으로 극복하기도 했고요. 그 극복이라는 것은 그것을 회피하거나 없애는것이 아니라, 그것과 긍정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2. 영화에서 그려지는 두 가지 타입의 남자들

샌디에게는 샌디를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도 해친 잭이라는 남자와 샌디를 돕고자 했던 형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엘리에게는 런던에 갓 상경했을 때 성희롱을 했던 택시 기사와, 자신에게 조건없이 친절하게 다가온 남자친구가 있었죠. 두 가지 상반된 인물들을 그려내 더욱 흥미진진 했던 것 같습니다.

 

라스트 나잇 인 소호, 겉으로 보기에는 공포 스릴러 영화였지만, 저에게는 이 세상에서 어떤 새로운 것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의 심리를 대변하고, 또 자신감을 키워나가는 한 편의 성장 드라마에 더 가까웠습니다. 물론 연출이나 이야기는 공포스러웠지만 그 마저도 이유없는 살인이나 폭력적인 것때문에 공포스러운 것이 아닌, 인간이 느끼는 두려움이라는 심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불어 아름다운 60년대를 표현한 것도 좋았습니다. 특히 샌디가 입은 분홍색 드레스와 머리 스타일은 참 화려하고 예뻤죠.

 

그럼 라스트 나잇 인 소호를 추천하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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